조약 불이행 문제를 해결한 사례
미국과 소련은 1980년대 내내 소련의 ABM조약의 위반과 관련한 문제에 연관되어 있었다. 1972년 발효된 탄도탄 요격 미사일을 제한하여 배치하기로 한 ABM 조약을 위반하였다고 미국이 주장하였고 소련은 미국의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순조롭게 조약의 이행문제를 해결하였던 것이다.
1980년대 초 미국은 소련 시베리아의 크라스노야르스크 시 인근에 조경경보레이더를 건설하는 것을 탐지하였다. 레이더를 설치할 때에는 영토 외부를 지향하도록 하고 영토 외곽에 위치하도록 한 조약을 위반하였다고 미국이 주장하였다. 그러나 당시 소련은 조약 위반이 아니며 조약에서 인정하고 있는 우주 감시 레이더라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레이더의 위치도 영토 주변부에 위치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미국의 주장은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가 전략방위구상(SDI)을 착수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이후였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SDI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ABM 조약이 걸림돌이 되었다. 따라서 이러한 미국의 주장은 정치적 압력으로 소련을 압박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있었다고 할 수도 있다.
소련은 미국의 주장에 대하여 미국이 그린란드 툴레와 영국의 프링달스무어에 배치된 신형 조기 경보레이더의 건설이 조약을 위배하였다고 주장하며 오히려 미국이 조약을 준수하지 않고 있다고 문제삼았다.
하지만 1987년 미국 의회 대표단이 크라스노야르스크를 방문하여 현장을 확인하였고 대표단은 미사일방어 전투관리레이더 역할을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데 공감을 하면서도 ABM 조약 요건과 배치되는 레이더 위치와 방향을 지적하였다. 이 문제는 미소의 조약 준수여부를 협의하는 미소 상설협의위원회(SCC)에서도 거론되었고 여기에서 소련은 레이더가 우주 물체를 추적하는데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였다.
미국은 레이더의 완전 해체를 주장하였고 소련은 이를 인정하고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데 성공하였다. 당시에 미국과 소련은 INF 조약과 START 조약에 대한 협상을 계속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 문제는 넓은 의미에서 정치적 맥락의 일부분이었다. 또한 당시 소련 지도부는 핵군축 성공을 매우 중요한 정치적 의제의 일부로 생각하고 있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중거리핵무기감축(INF) 조약
하지만 2014년 미국이 러시아가 조약을 위반하는 9M729 (SSC-8) 순항미사일을 개발하였다는 주장은 혁명적인 군비통제 협정 중 하나인 중거리핵무기(INF) 폐기조약의 해체로 이어지게 되었다.
미국과 소련은 1987년 12월 8일 INF 조약을 체결하고 1988년 6월 1일 발효시켰다. INF 조약은 사거리 500~5,500km의 모든 지상 탄도 및 순항 미사일을 금지하는 조약이었다. 금지한 내용은 핵탄두와 재래식 탄두를 탑재하는 모든 미사일에 적용되었다. 하지만 해상이나 공중 미사일은 해당되지 않았다. 금지된 미시일과 관련된 발사대도 폐기되었다. 그리고 향후에는 새로운 지상 발사 중거리 무기 생산 또는 시험이 금지되었다.
미국과 소련은 1991년 조약의 적용을 받는 모든 미사일과 발사대의 제거를 완료하였다. INF 조약은 미국과 소련이 서로 검증레짐을 통해 상대국을 감시하는 매커니즘을 채택한 첫번째 조약이었다. 선정한 미사일 조립시설과 저장소, 배치 지역과 정비, 실험, 폐기 시설에 대한 현장사찰이 허용되었다. 또한 새로운 중거리 미사일이 생산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교환하고 상대국의 미사일 조립시설 외부에 상주하며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하기로 하였다. 사찰은 폐기가 완료된 후 10년 동안 계속되어 2001년 5월에 종료되었다. 이후에는 조약 준수를 검증하기 위해 국가기술수단만 사용하였다.
미국이 주장한 러시아의 INF 조약 위반
그런데 2014년 미국은 러시아가 INF 조약을 위반하였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였다. 그 이전인 2013년에 미국은 러시아와의 외교회담에서 INF 위반 우려에 대해 처음 제기하였고 2014년에 오바마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위반 조사 결과를 서신으로 통보하였다. 위반 주장에 대한 공식적인 준수 협의 기구인 특별검증위원회(SVC)의 첫 회의는 2016년에 열렸다. 이전에는 공개하지 않았던 위반을 주장하던 미사일의 명칭과 세부 특성은 2017년에 공식적으로 공개하였다. 노바토르 9M729 지상 발사 순항미사일이 공개된 미사일이었다.
조약을 위반한 방법 공개
2018년 11월에는 조약을 위반한 방법을 공개하였다.
조약에서는 금지된 사거리 내의 지상 발사 미사일을 모두 금하고 있지만 지상에 배치하지 않는 경우에는 고정식 발사대에서 발사하는 미사일을 허용하고 있었다. 그래서 함대나 항공기에서는 가능하였다. 바로 이런 허점을 이용하여 러시아는 고정식 발사대에서 500km 이상의 거리까지 지상 발사 미사일 9M729을 최초 비행실험을 한 다음에 동일한 미사일을 이동식 발사대에서 500km 미만의 사거리에서 실험하였다. 이러한 방법을 미국이 공개한 것이다.
러시아가 주장한 미국의 INF 조약 위반
러시아는 미국의 이러한 주장을 부인하였고 오히려 미국이 조약을 위반하였다며 여러 가지 우려 사항을 주장하였다. 미국이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시험하면서 중거리 미사일을 그 표적으로 사용한 것(2000년에 미국이 '헤라'라는 최대사거리 1,000km 중거리 미사일을 개발하여 사용하였다고 주장), 무인기를 무기 투발 체계로 이용한 것, 지상 방어를 하기 위한 미사일을 해군의 MK-41미사일 발사대에 배치한 것 등을 그 예로 제시하였다. 또한 러시아는 미 해군이 함정의 MK-41발사대에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배치하기때문에 이를 전환하여 지상에서도 순항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미국은 이 프로그램들 중 어느 것도 INF 조약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였다.
조약 종료
러시아는 INF 조약을 위반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았고 미국은 MK-41발사대에 대한 러시아의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한 상황에서 2018년 12월 러시아가 중대한 사항을 위반하였다고 발표했다. 이후 통보 절차를 거쳐 최종적으로 2019년 8월 2일 조약은 만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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